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숨이 턱 막힌다.

보아도 보이는 것을 믿지 못하겠고

들어도 들리는 것을 자각하기 힘들다.


나날이 낯을 두껍게 칠해 가는 쥐떼의 포악한 횡포 속에서

이제 하나 남은 탄광 속의 카나리아마저 우리 곁을 떠났다.


누구를 위하여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리도 높이 울었었던가.

누구를 위하여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리도 슬프게 울었었던가.

누구를 위하여...








...그곳에서는 적어도 외로우시진 않겠지요.

부디, 편안히 잠드시길...







by 아시 | 2009/08/19 00:26 | 트랙백 | 덧글(0)

7년의 짧은 꿈, 긴 역사의 지평에서 영원히 빛나리


 

 

 

 

2002년의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 쯤이라고 기억한다.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선을 앞두고 과연 누구를 지지할까 고민했었다.

이전까지 현실 정치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았었지만
딱히 별다른 이유 없이도 한나라당과 그 무리의 행태에는 반감이 들었고
그에 따라 이회창이란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는 애초부터 없었다.

때마침 한창 바람을 일으키며 점화된 노풍을 보며
새로이 알게 된 정치인이 노무현이었다.

당시 그의 자세한 정치역정은 알지 못하였고 별다른 관심도 없었으나
국민경선의 와중에 무명이라 생각했던 그가 당시까지만 해도
당내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였던 이인제를 제치고
국민지지도 1위까지 올라서는 모습은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후 지지율의 상승추세는 많이 감소되었고
당시의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에 힘입어 떠오른 정몽준에게 
대중적 관심이 집중되자 '과연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이회창, 정몽준보단 낫겠지.'
'정치는 원래 항상 최선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최선은 권영길이겠지만 차선 차악이라면 그라도 괜찮겠지.'

이런 막연한 변명으로 자신을 설득하며
역시 막연한 지지의사를 심중에 품게 되었을 무렵의 어느 날이었다.

웹서핑 중 알게 된 스포츠 칼럼과 커뮤니티가 공존하는 사이트,
"후추" 의 누드게시판에서 이 몇 장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 때, 마음 속에 자리했던 모든 불안함과 의문과 막연함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는 이전에 없던 굳은 마음이 들어섰다.
"이 사람이면 믿을 수 있다"는.

처음으로 한 정치인에 대한 "믿음"이라는 형태의 지지의사가 솟아난 순간이었다.

그리고 2년 후, 국회에서 그에 대한 탄핵 소추 조짐이 일고 있다는소식은
나를 아무 망설임 없이 여의도의 길바닥으로 향하게 했다.

그 곳에서 3일 내내 촛불을 부여 잡고 밤을 지샜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결국 탄핵 소추는 가결되었지만, 처음에는 미약한 듯도 보였던 촛불의 행렬은
이내 큰 파도가 되어 몸뚱이에 시린 피곤의 기색은 금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국민의 손에 의해 그는 다시 돌아왔고, 나도 마음 한켠에서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나 임기 초반의 위기는 걷혔으니 이제 탄탄대로가 남아 있으리라던 기대는 얼마 가지 않았다.

길지 않은 임기 내내, 수구세력과 족벌언론은 그를 참 많이도 물어뜯었다.
그리 많지도 않았던 지지 세력과 진보진영의 일각들도 속속 발을 빼며 그에 합세했다.
무책임한 사람들 역시 그에 편승하여 모든 것을 그의 탓으로 돌리며 그 야만의 무리에 합세했다.

그토록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이, 진보나 보수나 수구나 할 것 없이 
노무현 죽이기엔 그렇게 신이 나서 달려들었다. 

그래도 그는 꿋꿋이 그의 책무를 다할 뿐이었다.

당장은 그를 몰라주고 욕하는 사람과 세상이 아쉽고 한스러웠지만
그를 믿고 그가 그리고 만들어 나가는 나라의 앞날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기대했기에
그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좀 더 역사와 국민을 믿고 나아가자는 다짐을 했더랬다.

아니, 그가 있기에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리고, 막연한 기대와 대책 없는 낙관은 내 희망을 산산조각으로 부서뜨려 버렸다.

정치인의 탈을 쓴 거짓말쟁이, 무책임 무원칙 무능력의 3무를 자랑하는 전과 14범의 사기꾼 무뢰한이
다른 방법도 아닌, 국민의 손에 의한 당선으로 새로운 권력자가 된 것이다.

절망과 탄식의 글 쪼가리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낙관과 반대로 비관의 전망은 오래 가지도 않고 여지 없이 들어맞아,
전과 14범이 이번엔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벌이고 말았다.

생생했던 길바닥에서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다시금 두 손엔 촛불이 쥐어졌다.

함성은 메아리가 되어 곳곳을 울렸으나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고,
거짓말쟁이와 그 추종세력의 반격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퇴임한지 1년이 조금 지난 뒤 나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듣고야 말았다.



  



"조선 건국이래로 600년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노무현, 대선 레이스 중의 연설에서


아직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단순한 자살이라 생각하는가?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털어 지도자의 반열에 오른 사람의 자살은 지극히 드물다.

그 이유는 자살을 선택할 정도의 정신적 강함으로는 지도자가 되기까지와
되고 나서의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압박감을 끝내 견디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반문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든 표면적 사실과 그 이면에 가려진 실체적 진실은 궤를 달리 할 수 있다.

그가 예전에 말하였듯, 작금의 상황을 민주주의가 들어서기 전
왕정시대에 등치시켜 본다면 이해가 빠르리라.

명확한 증거도 없는 추정에 근거하여 한 사람을 표적으로 삼아 먼지털이식 정치 보복을 하면서
수사와 관계가 있든 없든 모든 사실을 스포츠 생중계라도 하듯이 떠들며
전 국가 원수까지 지냈던 사람에게 대대적으로 모욕을 줬다.

그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그들이기에
지속적으로 그의 처자식과 핵심 동지들, 주변 사람들,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을 법한 사람들을
모두 소환하며 그들을 나무 위에 거꾸로 매달고 인민 재판을 자행했다.

그렇게 지도자, 정치인 이전에 한 인간을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끝내 그의 서거에 이르기까지...

사학법 폐지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서, 과거 노태우 정권 시절 국방부장관을 지내며
군납과 관련해 억대의 금품을 수뢰하고 율곡산업 비리에도 연루되어 구속된 바 있는
이상훈이라는 쓰레기가 내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삼족(三族)을 멸해야 한다"는
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럽기 그지 없는 망발은 공연히 나온 것이 아니다.

왕정시대의 이전 역사와 달리 극형이 허용되지 않는 민주정시대에 이르러
이토록 한 개인을 몰아붙인 일이 있었던가?

언론, 정계 모두 한통속이 되어 그를 비난하기에 바빴고 무책임한 국민들은 그 비난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앵무새처럼 그를 비난하는 데 합세했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단순히 궁지에 몰린 인간의 한 극단적인 선택으로서의 자살이 아니라
명백하게 정치적 보복 의도에 의한, "포괄적" 살인이다.

노무현은 온갖 중상모략과 무책임한 비방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법을 빙자하고 언론을 가장한 폭압적 권력에 의해 하늘로 돌아갔다.






한 촌부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많이 배우지 못하였고 많이 가지지 못하였으나
그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 하나만으로 이 사회에 뛰어들었고,
치열히고 부단하게 역사와 국민 앞에 당당한 삶을 살았다.


마침내 그는 대통령이라는 만인지상의 지도자 반열에 올랐지만,
그에게 진짜 권력은 쥐어지지 않았다.

이 사회를 주름잡고 있는 학벌과 연고주의,
패거리 지역정치의 울타리에 걸터 앉은 주류가 아니라
언제나 그것을 타파하고자 우직하게 정도를 걸어온
아웃사이더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진짜 권력자, 수구족벌언론과
친일독재파시즘의 잔당들은 그를 참 많이도 욕했다.

그리고 한때는 그 반대편에서 그를 지지했던
이른바 진보의 무리들 역시 그를 무던히도 욕했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란 업무를 수행했던 나날은
하루하루가 칼날을 걷는 듯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허나 모두가 돌을 던지고 침을 뱉으며 모든 것을 그의 탓으로 돌려도
그는 묵묵히 그의 길을 전진할 뿐이었다.


임기가 끝나 모든 짐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가
여생을 시골 촌부의 삶으로 보내고자 했으나
그를 적대했던 후안무치한 무뢰배들은 그것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언제나 서민의 입장에 서서 진리를 외치며 부당한 권력과 맞서고
스스로 권력자가 된 후에도 그것을 국민에게 돌려주었던 사람.

끝내 부당한 권력을 쥔 무뢰배들로 인해 잠시 세상과 이별했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아니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역사와 국민을 위해 살다간 지성인이자 참다운 지도자의 이름으로 
청사에 영원히 그 이름을 남길 것이다.

그리고 그를 죽음으로 몬 후안무치한 야만의 무리들에겐
지옥불의 철퇴가 내릴 날이 머지 않을 것이다.

그를 알고 나서의 7년 간, 그가 있기에 꿈을 꿀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이 마음껏 그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란 내 오랜 꿈을.

그가 있기에 행복했고 그가 있기에 뿌듯했으며 그가 있기에 안심했었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안심이 그를 이대로 보내게 만들어 버렸다.

그는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지 않고

정의를 외치고 진리를 외친 대가로

십자가에 매달려 삶과 작별했다.

그 옛날 어떤 성인이 그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참 많은 사람의 짐을 대신 떠안고서,

참 많은 가치를 대신 떠안고서...

"삶과 죽음은 하나"

이승에서의 삶과 잠시나마 작별했지만

그는 영원히 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쉴 것이다.

그리고 그가 외쳤던 정의와 진리의 가치를 위해서

다시금 일어서는 모든 사람들의 뜨거운 가슴속에서.

나도 언제까지 절망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가 있기에 꿀 수 있었던 지난 7년 간의 짧은 꿈이,

긴 역사의 지평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을 횃불이 되어 비칠 것을 알기에.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by 아시 | 2009/05/25 05:22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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